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을 위해, 지원자의 지식·자격·경력, 직무별로 다르게 요구해야 합니다. 어떻게?
현재 대부분 조직은 자기소개서에서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자신의 장·단점 등을 물어보곤 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입사지원서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지원자의 조직적합성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을 위해서는 방법을 달리해서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A기업은 그들이 원하는 지원자를 구하지 못해 채용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반해, B기업은 수많은 지원자가 몰렸음에도 인적성검사와 면접단계의 응시율이 턱없이 낮아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고 있습니다. C기업은 신입사원의 조기퇴직률을 줄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며, D기업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의지가 부족한 신입사원 때문에 기존 직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잘못된 모집과 선발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스펙 초월 채용은 모든 구직자에 대한 동등한 취업 기회 보장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채용을 진행하는 조직에게도 인재를 제대로 선발할 수 있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성공적인 선발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모집단계를 직무역량중심 채용의 관점에서 제시하고자 합니다.
성공적인 선발은 우수한 지원자, 즉 인재를 모집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에서 인재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업 성적이 우수하거나, 자격증이 많거나 또는 외국어에 능통한 지원자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직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조직의 문화와 가치관에 부합하면서 조직 충성도가 높은(조직 퇴직 가능성이 낮은) 지원자를 인재라 말할 수 있습니다. CEO와 채용담당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채용에서 경쟁률이 높을수록 자기 조직의 채용브랜드 가치가 높으며 모집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높은 경쟁률이 성공적인 선발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조직이 원하는 인재가 얼마나 지원했는가’입니다. 그렇지 않은 지원자는 조직의 선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채용 및 충원 계획단계에서 충원이 필요한 직무와 직무요건(직무의 내용 및 특성과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능력·태도 등의 인적요건)을 명확히 규명했다면, 모집단계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여 인재를 끌어모아야 합니다. 직무별로 실제 어떤 업무를 수행하며, 이를 위해 어떤 지식·자격·경험이 필요한지, 근무지는 어디이며 대략적인 임금은 어느 수준 인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의 문화는 어떠한지 등을 모집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직무 수행에 필요한 “on-spec”을 갖춘 지원자를 끌어들이고, 불필요한 “over-spec”만을 내세우거나 우발적인 지원자의 지원철회를 유도해야 합니다. 스펙초월 채용은 바로 이러한 노력에서 출발합니다.
기존의 채용방식을 직무역량중심으로 개선하고자 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바꿔야 할 것은 입사지원서입니다. 지금까지의 학벌(여기에서의 학벌은 차별적인 요소를 내포합니다), 외국어시험 성적, 각종 자격증 등을 나열하는 지원서가 익숙한 지원자 입장에서는, 입사지원서에서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스펙만을 요구할 경우 채용전형에 큰 변화가 있음을 직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직무별로 요구되는 지식·자격·경험 등을 모두 다르게 제시해야 하므로 조직 입장에서는 매우 수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채용 및 충원 계획단계에서 직무요건이 충실히 규명되어 있다면, 이것이 새로운 형식의 입사지원서의 각 항목과 정확히 매칭되기 때문에 몹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직무역량중심의 입사지원서는 크게 인적사항, 교육사항, 자격사항, 직무관련 경력사항 및 기타 활동사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에서는 직무수행과 채용전형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면 지원자 식별을 위한 가급적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는 차별금지 관련 이슈뿐만 아니라,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요구가 지원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고 해당 조직의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직종/직무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으나) 지원자의 사진이나 가족사항 또는 장애여부와 같은 항목은 대부분의 경우 채용과정에서 불필요하며, 오히려 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은 지원자가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입니다.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을 학교에서 배웠는지, 또는 직업교육 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했는지 등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사조직 직무에서 ‘인사·인적자원관리’ ‘경영원리’ ‘노사관계관리’ ‘심리학적 원리’의 지식이 요구된다면, 지원자에게 이를 제시하고 그와 관련된 과목(또는 교육과정)과 주요 교육내용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필요한 경우, 성적·이수학점·교육시간·교육시기 등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조직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지원 직무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성실하게 준비해 왔는지 알 수 있는 척도가 되고, 지원자 입장에서는 직무에서 어떤 지식을 요구하는지 알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합니다.
한편, 스펙초월 채용에서 출신학교가 오해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해 출신학교는 “over-spec”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출신학교(특히, 우수한 대학교)는 지원자가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며, 실제로 인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적성검사 점수가 대학교 서열과 높은 상관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출신대학 사이 관련이 깊고, 출신대학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과 차별의 논란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해야만 합니다.
은 지원자가 직무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입니다. 직무별로 직무수행과 관련된 자격증을 미리 제시하여, 지원자는 직무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고, 조직은 불필요한 자격증에 현혹되지 않고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각 직무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규명되어 있지도 않고, 그 기술과 관련된 자격증이 무엇인지 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원자들은 자신이 어떤 기술을 익혀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각종 자격증 취득에 급급하다 보니 고(高)스펙의 지원자가 넘쳐나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직무별 관련 자격증을 미리 제시한다면, 지원자들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직무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게 될 것입니다.
“over-spec”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는 외국어시험 성적의 경우, 해외 영업이나 외국인이 주 고객인 서비스 업종과 같이 외국어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직무라면 당연히 외국어시험 성적이나 관련 자격증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실제로는 외국어시험 성적을 전혀 참고하지 않는 조직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기본적 수준의 외국어시험 성적만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할 것입니다.
은 지원자가 직무와 관련된 일이나 활동을 해본 경험을 묻는 항목입니다. 일정한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했다면 경력사항에, 일정한 급여는 없었으나 직무와 관련된 기타 활동을 했다면 기타 활동사항에 작성할 수 있습니다. ‘직무관련 경력 사항’에는 근무기간·기관명·역할·담당업무 등을 간략히 기입하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직무)경력기술서” 에 기술하도록 합니다. 마찬가지로 ‘직무관련 기타 활동 사항’에는 활동기간·소속·역할·주요활동내용 등을 간략히 기입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직무)경험기술서”에 기술하도록 합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입사지원서는 지원자의 모든 경력과 활동을 나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원자의 경력과 활동이 지원 직무와 관련되어 있지 않다면, 지원자가 입사하더라도 일을 새로 배워야 하며, 지원자의 기대와 실제 업무 간 괴리를 경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국내의 한 외식전문기업에서는 매장관리 직무에 우수한 성적의 외식조리 및 호텔경영 전공 출신자들을 주로 채용했으나, 높은 조기퇴직률 때문에 고심한 끝에 외식매장(호텔, 음식점 등)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직무관련 경력사항과 기타 활동사항을 통해 조직은 해당 직무에 정말로 관심을 가진(적어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해본) 지원자를 선별할 수 있고, 지원자들은 직무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진로를 탐색·수정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이 맡게 될 직무의 현실을 알고 지원하는 것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한 환상만으로 지원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원자가 작성한 내용은 면접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면접에서 지원자의 “성실성”을 평가한다고 했을 때, 직무와 무관한 상황보다 직무와 유사한 상황에서 지원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입사 후 지원자의 성실성을 더욱 잘 예측합니다. 혹자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직무수행에 도움이 되며,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입사 지원서에서도 직무와 관련성이 적은 기타 경력과 활동을 별도로 작성하도록 하여 채용 시 참고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분명한 점은 확률적으로 직무관련 경력과 활동이 해당 직무수행을 훨씬 잘 예측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지난 호에서 강조했듯이, 직무역량중심의 채용은 채용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적인 노력에 초점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 조직은 자기소개서에서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자신의 장·단점 등을 물어보곤 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입사지원서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지원자의 조직적 합성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직무역량중심의 채용을 위해서는 방법을 달리해서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조직의 핵심가치나 인재상에 대해서는 지원자의 생각과 의견이 아닌, 실제 사례와 관련지어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직무)경력기술서” 및 “(직무)경험기술서”와 구별하여 “자기역량소개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기역량소개서는 질문뿐만 아니라, 평가체계를 정밀하게 구축하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모든 지원자의 기술내용을 읽고 평가하는 것은 무척 어렵고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지원자의 스펙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점을 자기역량소개서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역량소개서 평가도 스펙초월 채용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원자, 조직, 국가적인 관점 모두에서 입사자의 조기퇴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기퇴직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입사하기 전 지원자가 조직과 직무에 기대했던 바와 입사 후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따라서 입사지원 단계에서 조직이나 수행직무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조기퇴직률을 줄이는 주요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조직문화· 근무환경·임금수준·수행업무 등을 상세히 담은 자가진단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가진단은 지원자가 거짓으로 응답하더라도 평가에서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자가진단을 하는 지원자 스스로 자신의 기대 수준을 조정하거나, 그것이 힘들다면 스스로 지원을 철회하게끔 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직무역량중심의 채용을 위한 모집단계에 대해서, 특히 입사지원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를 더욱 많이 끌어들여 성공적인 선발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다음 콘텐츠부터는 성공적인 선발을 위한 인적성검사와 면접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Write 이도연(제네시스랩 HR사업실)
Original Contents 월간 HR insight
Review & Edit 최성원 (제네시스랩 마케팅)